[평화뉴스 미디어창 23]"낙동강 vs 농민 vs 현장...농민 울분에 지면을"


※ <평화뉴스>2009년 9월 15일에 등록된 기사입니다.

매주 화요일, 수요일 식사자리 주요한 화두는 ‘선덕여왕’입니다. 가장 많이 거론된 부분은 MBC 100분 토론만큼 팽팽한 긴장감을 제공했던 덕만과 미담의 정치론 6분 토론이었습니다. 제게는 이 토론만큼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첨성대’를 둘러싼 각 주체들의 다양한 생각들이었습니다. 국가정책상 ‘A'라고 하면 각계각층의 모든 사람들이 ’A'라고 하기까진 복잡다양한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귀족과 화랑은 “책력을 공개하고 파종시기 등 일기와 관련된 내용을 백성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황실의 신권에 대한 위협이다.”며 권력과 권위를 강조했고, 낭도들은 “기존의 신당은 미실세주 것이고, 반신인 덕만 공주는 중고를 쓰지 않고 새로 짓는다”며 새로운 유형의 신당으로, 백성들은 “천신왕녀인 덕만 공주가 좋은 자리를 계시 받아서 뭔가 짓는다고 하니 거기가서 치성을 드려야겠다”며 종교적 상징으로 생각하더군요.

▲ MBC 선덕여왕(9월 8일/화면 캡쳐) 낭도들이 첨성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 : MBC 화면캡쳐)

물론 이들의 논쟁과 달리 “아예 신권을 없애는 것”.이라던 비담의 해석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첨성대에 대한 귀족, 화랑, 낭도, 백성들의 상이한 해석이 언급될 때마다, ‘신라시대 언론이라면 이를 어떻게 보도할까?’라고 생각해봤습니다. 저널리즘 교과서 공식대로라면 “각계 각층의 다양한 해석을 지면에 옮겨 왕에게 전달, 이들 간에 갈등 조정역할에 충실하겠죠. 또한 ‘신권을 백성에게 돌려주겠다’는 국정과제와 방향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집행과정의 오류, 보완책 등을 끊임없이 피드백하는 과정도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의 뜻, 민심이겠죠. 귀족이나 화랑과 낭도들의 이야기는 어떤 방법으로든 의견수렴 절차가 있겠지만, 민심은 언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야만 전달될 수 있겠죠.

하지만 당시 언론(아니면 언론의 기능을 했던 그 무엇)이 이 역할에 어느정도 충실했는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국정운영과 전혀 상이한 민심에 대해 제대로 귀 기울이고 존중하지 않았던 권력의 생명력은 그리 길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풀과 물고기만 살리고, 사람은?

이쯤에서 바로 다음 달에 공사를 앞둔 4대강 사업이 생각났습니다. 8, 9월은 환경영향평가 공청회, 낙동강 보 예정지 답사, 낙동강 민심탐방 등을 통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분들의 주장은 딱 한마디로 요약하면 “풀과, 물고기는 살리자고 저리도 돈을 쓰는데, 사람 살려달라는 목소리에 왜 그렇게 귀를 막냐”는 것이었습니다.

낙동강변에서 농사를 짓던 백성, 현장의 민심, 하지만 언론에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 그들의 가슴 절절한 목소리를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농민 A : 정부 측에서는 낙동강 준설한 모래로 저지대 농지를 덮는다고 한다.(정부 측 용어는 농지 리모델링). 현재 농지에 농산물이 재배되기까지는 몇 십년 동안이나 땅을 만드는 과정이 있었다. 그 위에 모래를 덮어버리면 또 몇 십년 동안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농민 B : 낙동강에 보를 만드는 것을 물을 가두어 둔다는 것인데, 물이 고이면 습도가 높아지고 주민들의 호흡기 장애가 올 것이다. 또한 안개 여부에 따라 주변지역 작물 종류가 바뀌게 되는데, 여기서 오는 손실비용 계산해 봤는가?

농민 C : 4대강 사업을 통해 건설 등 일자리가 증가한다고 하던데, 줄어드는 농업 인력은 고민해봤나? ,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도시로 이동했을 경우 농촌은 황폐화되고, 도심 집중은 더욱 가속화되는 것 아닌가?

농민 D : 고수부지 등에는 유기농이고 친환경적인 농산물들이 생산되고 이를 위해 시설투자한 곳이 많다. 이후 이들 생산이 중단되면 농산물 가격 폭등에 대해 고민해봤는가?

농민 E : 공청회나 의견 청취를 해도 꼭 가장 바쁜 농번기때 한다. 9월에 농부에게는 가장 바쁜달인데, 정부 일정 대부분이 이 시기에 집중되어 있다. 어떻게 의견을 제시하라는 거냐? 면사무소에서는 공청회 등 일정도 제대로 이야기 안해 준다.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닌가?

지난 8일 구미 공청회에서 농민들의 이런 불만에 경북도 공무원이 던진 대답은 참.... 답답했습니다. “낙동강에서 준설한 모래, 정말 질이 좋습니다”. 객석에 계셨던 농민분들은 “모래가 그렇게 좋으면 경상북도청 마당에나 쌓아라”. 이게 우리 현실입니다.

이외에도 농민들이 가장 답답해 하는 부분은 ‘물어볼 곳도 없고, 제대로 대답도 없다’는 것입니다. ▲내년에 파종을 위해 씨앗을 구입해야 하는지 ▲ 군에 전화하면 모르겠다. 수자원 공사에 전화하면 또 전화 돌리고, 건교부에 문의하면 그것은 자신의 업무가 아니다 등등.

▲ w지난 8월 13일, 영주 송리원댐 건설 예정지 영주 주민들과 함께

들끓는 이 민심이 전달될 구조는 없어보였습니다. 4대강에 찬성하는 언론은 아예 이 문제에 관심 없는 것 같습니다. 4대강 사업을 치열하게 분석하며 그 사업의 부실함을 꼬집에 내고 있는 또 다른 언론들은 ▲ 학술적 논쟁 ▲ 예산의 문제 등 화두와 함께 현장에서 속 터져 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귀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4대강 사업’ 찬성만 했던 <매일신문>, <영남일보>가 최근 ‘생태문제’, ‘수질오염’등 화두를 조금씩 언급하고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그 문제와 더불어 ‘삶의 공간이 송두리째 빼앗기되 도대체 하소연 할 수 없는 이들의 울분’에 조금만 더 지면을 할애해 주십시오.

어떤 이는 이야기합니다. ‘보상금을 조금 더 받기 위한 몸짓’이라고.
이를 ‘이기주의’만으로 봐서는 안될 것입니다.
정부의 보상기준이 제대로 책정되었는지를 먼저 따지는 것이 언론의 몫일 것입니다.


▲ <내일신문>3월 20일 6면

[미디어 창23] 허미옥(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기사에 대한 의견
2009-09-15 13:06:24
Posted by 게으른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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